한라산의 꼭대기였던 산방산?
제주도에는 대부분 오름이고 산이라 불리는 곳이 몇 군데 없습니다.
그중 산방산은 제주도 서남부 웬만한 곳에서는 보일만큼 크고 평탄한 지역에 홀로 우뚝 솟아있어 더욱 눈에 띄는 산입니다.
산방산은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있는 높이 395m의 종상화산으로 과거 정상까지도 등산이 가능했지만 2022년부터 2031년까지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공개제한구역이 되어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일반인은 산방산 매표소부터 산방굴사까지의 산책로만 탐방이 가능하며 그 외의 구역은 관리 및 학술 연구 목적으로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반려동물은 산책로도 출입이 불가합니다.
산방산 아래에는 사설과 공영, 두 개의 주차장이 있는데 사설주차장은 유료이니 주차하실 때 미리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산방산은 재밌는 전설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옛날에 한 사냥꾼이 한라산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합니다.
심술이 난 사냥꾼이 허공을 향해 화살을 몇 번 쏘았는데 그중 하나가 설문대할망(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여신)의 엉덩이를 맞추고 말았다 합니다.
휴식을 즐기고 있던 설문대할망이 이에 화가 나서 두리번거리다가 옆에 있던 한라산의 꼭대기를 뽑아 던져버렸는데, 이게 바로 산방산이 되고 산방산이 뽑힌 자리는 백록담이 되었다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실제로도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크기와 산방산의 둘레를 비교해 보면 거의 같다 합니다.
산방덕의 눈물이 떨어지는 산방굴사
산방산에는 보문사, 산방사, 광명사, 그리고 산방굴사, 총 4개의 사찰이 있습니다.
이중 산방굴사는 해발 150m에 자리하고 있으며 나머지 셋은 산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산방산의 '산방' 자체가 굴이 있는 산을 의미하며 자연적으로 생긴 해식동굴, 산방굴에 부처를 모시고 있어 산방굴사라 부릅니다.
영주 10경에 속한 곳으로, 창건 시기는 고려시대로 알려져 있으며 고려시대 시승으로 알려진 고승 혜일이 수도했고 귀양 왔던 추사 김정희가 즐겨 찾던 곳이기도 합니다.
산방산 입구에서 매표소까지는 약 10분이 소요되며, 여기에서 입장료(어른 1000원, 청소년/군인/어린이 500원)를 내고 산방굴사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산방굴사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걸리며 계단이 많아 어르신들은 힘드실 수 있습니다.
사계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방굴사에 다다르면 그 안에 모셔져 있는 불상과 함께 낙숫물이 모인 약수터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전해지는 전설이 있습니다.
잠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던 선녀 산방덕이가 화순마을에 사는 고성목이라는 나무꾼을 사랑하게 되고 지아비로 삼아 부자가 되도록 도와 행복하게 살았다 합니다.
그런데 그 마을 사또가 산방덕이를 탐하기 시작하고 결국 고성목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멀리 보내버렸다 합니다.
이에 산방덕이는 오열하다가 산방굴사로 들어가 며칠을 목놓아 울다 지쳐 죽고 말았다 합니다.
그 후로 산방굴사의 천정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 물을 산방덕이의 눈물이라 믿었다 합니다.
약수터 앞에 적힌 글에 의하면 약수를 세 모금 마시면 사랑과 복을 받고 수명이 6년 연장된다 합니다.
또한, 예로부터 자식을 원하는 이들이 제를 드리곤 했는데 기도를 드릴 때 약수가 많으면 아들, 물이 적으면 딸이라는 설도 있다 합니다.
산방산 유채꽃밭
산방산은 주변에 유채꽃이 만발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과거 농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8~9월의 제주도는 바람과 태풍 때문에 참깨 농사를 짓기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참기름을 얻기 힘들었는데 이를 대신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잘 자라는 유채꽃을 태풍이 오기 전 재배해 유채기름을 짜내었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주도가 대표적인 유채꽃 서식지가 되었다 합니다.
제주도 유채꽃의 개화시기는 12~1월이고 2월에 만개하여 3월에는 많이 지기 시작합니다.
올해 산방산 아래의 유채꽃들은 겨울이 덜 추워서인지 벌써 노란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유채꽃밭에서 1000원씩의 입장료를 받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잘 찾아보시면 산방산랜드 쪽에는 아직까지 돈을 안 받는 꽃밭도 간혹 가다 있습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산방산의 유채꽃과 함께 인생샷도 남기시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산방산에 얽힌 전설들을 직접 만나 보심으로써 보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